Thursday, 3 March 2011

[기자수첩] '쌍용차 456명 복직' 기사 쓸 날은

"겨울철엔 노가다 일자리도 없어 대리운전이나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어요. 이제 새 주인도 생기고 신차도 출시했으니, 빨리 회사가 불러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현실은 암담했다. 인도 마힌드라가 경영권을 인수한 지 3년 만에 신차 '코란도C'가 출시되면서 회사 분위기는 활기차지만 아직 한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2009년 8월부터 기약없는 기다림에 들어간 467명의 쌍용차 무급휴직자다.
돌아갈 곳이 있는 만큼 2000명 넘는 해고자들과 비교하면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4대보험을 지원받고 있어 다른 곳에 취업할 수가 없다. 상당수 무급휴직자가 공사판을 전전하거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등 일용직 근로자로 생활하는 이유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무급휴직자 임모씨도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무급휴직자는 456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물량 부족으로 하루 8시간만 공장을 가동하는 쌍용차가 무턱대고 무급휴직자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쌍용차 평택공장은 연간 20여만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작년 판매대수는 고작 8만대로 아직 갈 길이 멀다. 류재완 인사노무 담당 상무는 "무급휴직자들은 마음의 짐"이라면서도 "증산 없이 무급휴직자들을 복직시키면 쌍용차는 또다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무급휴직자들 역시 이런 현실을 잘 안다. 2년이 다 되도록 불러주지 않는 회사를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인들에게 '코란도C' 구매를 권유하며 회사 살리기에 앞장선다. 한 무급휴직자는 "우리는 금속노조와 해직자들이 주도하는 회사 비난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오매불망 회사가 잘돼 복직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GM으로 이름을 바꾼 GM대우도 2001년 경영위기 때 해고된 1725명을 2002~2006년 순차적으로 복직시켰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노조가 쌓은 신뢰는 지금도 순탄한 노사관계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쌍용차 부활의 희망은 단연 '코란도C'다. '코란도C'가 성공해야만 공장을 떠난 456명의 직원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진이나 새 주인 마힌드라 역시 경영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무급휴직자가 전원 복직한다는 기사를 쓰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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